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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가는 날처럼...

2008. 6. 12. 09:19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소풍가는 날처럼...
 

요즘 주말마다 결혼식이 참 많습니다. 신혼부부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서로 사랑하며 열심히 살겠다고 대답합니다. 그 대답을 들을 때마다 제 마음속엔 또 다른 작은 물음이 생깁니다. ‘누군 사랑하기 싫어서 헤어지고, 누군 열심히 살지 않아서 가난한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은 인생이 원하는 대로 계획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때론 삶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흘러가는 경우를 당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삶을 그 차제로서 잘 해석하고 이해하며 사는 것도 중요합니다. 천상병이란 시인이 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에 그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갖은 고문을 당했습니다. 푸르른 꿈도 펼쳐보지 못한 채 그의 삶은 세월과 함께 시들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음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는 그는 <귀천>이라는 시를 남겼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좌절과 분노와 원망과 불평을 퍼부어대며 살 수 밖에 없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는 생각을 달리하여 하루하루를 “소풍가는 날”처럼 즐겁게 살았노라고 이 시에서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마치 떠나온 고향집에 돌아가는 것처럼 안식의 자리로 돌아가는 설렘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암울한 시대를 살았지만 그에게는 소풍 갔다 온 소년의 해맑은 흥분만이 남아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조각가이자 판화가인 루오(Rouault)의 판화에 재미있는 제목의 판화가 한 점 있습니다. 그 판화의 제목은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힌다.’입니다. 괴롭히고, 아픔을 주고, 상처를 주는 도끼날에도 독을 묻혀주지 않고 오히려 향을 묻혀주는 향나무. 올 한 해에도 많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왔습니다. 그것들이 우리에게 좌절을 주고 아픔을 주고 때론 분노와 절망을 일으켰습니다. 올 한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나날이 아마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그때마다 '소풍가는 날처럼' 생각을 바꾸어 살며 살아간다면 그래도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될 것입니다. 또한 ‘자기를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혀주는 향나무처럼’ 살아간다면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날마다 계속되는 '촛불문화제'와 어수선한 국내외 환경을 보노라면 맘이 무거워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서로 원망하고 비방하기 보다는 서로의 가슴으로 안을 수만 있다면 어떤 아픔도 고통이 아닐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그런 삶이었습니다. 비방하고 멸시하고 죽이려는 자들 앞에서 오히려 그들을 용서하고 기도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자신을 찍으려 달려오는 사람들에까지 사랑의 향기를 묻혀주었던 그런 삶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너무 생각 없이 살고 있는 듯싶습니다. 마치 동물들이 본능에 충실하며 살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 인간에게는 상황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지혜와 뜨거운 영혼이 있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웃을 수 있고, 역경 속에서도 감사할 수 있고, 실패 속에서도 승리를 소망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삶이 힘들어 환경 속으로 끌려 가는 듯싶지만 또한 ‘소풍 가듯이’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슴을 흐뭇하게 하는 것은 시위대들의 모습이 연인, 친구, 가족 단위로 소풍온듯, 축제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80년대 반정부 데모하는 모습과는 정말 '행복한' 시위대의 모습입니다. 국민들이 가진 자기 결단의 모습이 얼마나 큰 변화와 의미를 만들어 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우리의 결단에 달려있습니다. 시간은 결단하는 자의 것이고 기회는 잡는 자의 것입니다. 일어나는 상황에 본능적인 반응만 하지 말고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우리함께 즐거운 ‘소풍’을 떠나보지 않으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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