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 굴러다니는 하잘 것 없는 강아지똥이 어느 날 거름이 되어 별빛과도 같은 아름다운 민들레꽃으로 다시 피어나기까지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권정생님이 쓴 <강아지똥>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습니다.
강아지똥은 가슴이 울렁거렸습니다. 어쩌면 며칠 전에 제 가슴 속에 심은 별의 씨앗이 싹 터 나온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네가 어떻게 그런 꽃을 피울 수 있니?"
물어 놓고 얼른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그건 하느님께서 비를 내리시고 따뜻한 햇볕을 비추시기 때문이야."
민들레는 예사로 그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역시 그럴 거야. 나하고야 무슨 상관이 있을라고·····.'
금방 강아지똥의 얼굴이 또 슬프게 일그러졌습니다. 그러자 민들레 싹이,
"그리고 또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하고는 강아지똥을 쳐다보며 눈을 반짝였습니다.
"·····?"
"네가 거름이 되어 줘야 한단다."
강아지똥은 화들짝 놀랐습니다.
"내가 거름이 되다니?"
"너의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예쁜 꽃을 피
게 하는 것은 바로 너란 말이야."
강아지똥은 가슴이 울렁거려 끝까지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 과연 나는 별이 될 수 있구나!'
그러고는 벅차 오르는 기쁨에 그만 민들레 싹을 꼬옥 껴안아 버렸습니다.
"내가 거름이 되어 별처럼 고운 꽃이 피어난다면, 온 몸을 녹여 네 살이 될게."
비는 사흘 동안 계속 내렸습니다. 강아지 똥은 온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습니다. 땅 속으로 모두 스며들어가 민들레의 뿌리로 모여들었습니다. 줄기를 따고 올라와 꽃봉오리를 맺었습니다.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는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습니다. 샛노랗게 햇빛을 받고 별처럼 반짝이었습니다. 향긋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습니다.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 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습니다.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민들레꽃은 보잘것없이 보이는 강아지똥의 “온 몸을 녹여 네 살이 될께”에 의해 더 아름다워집니다. 그래서 이 세상은 잘난 꽃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볼품없고 냄새나는 강아지똥에 의해 더 기름져 갑니다. 기억합시다. “세상의 쓸모없는 인생은 하나도 없다!” 나의 존재가 이 세상을 더 기름지게하고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가진 것이 없고 내세울 것이 없어도 내가 낮아지고 녹아져 세상에 스며들 때 새로운 아름다움이 창조된다는 것을... 우리에게도 강아지똥의 행복이 회복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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