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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누님'이 될 때

2009. 12. 1. 20:33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요산요수(樂山樂水)’란 말은 원래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의 준말로 지혜있는 자는 사리에 통달하여 물과 같이 막힘이 없으므로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의리에 밝고 산과 같이 중후하여 변하지 않으므로 산을 좋아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인들은 예로부터 산과 계곡을 찾아 그 깊은 의미의 깨달음으로 심신을 단련했습니다. 또한 불교계의 큰 어른이 던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가 유명한 것도 산은 산다워야 하고 물은 물다워야 한다는 가장 단순한 진리의 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참된 진리는 책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고 걷고 먹고 마시며 생활하는 일상 속에 있음을 말해 줍니다. 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중후함’과 ‘포용성’이라면, 물이 주는 교훈은 ‘유연성’과 ‘낮아짐’에 있습니다.

 

민사법정의 한 재판장이 법정에서 당사자 간 조정을 위해 소송 당사자를 '누님'이라고 부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창원지법 민사부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소식지에 '사람은 대접받은 대로 행동한다.'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수개월 전 1948년생 '아줌마' 2명이 서로 주고받은 돈이 얼마인지 다투는 소송을 조정했던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재판장은 사건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게 팬 격한 분위기를 달래기 위해 원고와 피고를 "여사님"으로 부르며 최상의 예우를 하다 내친 김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누님"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누님들, 피차 이제 인생의 하산길인데 돈을 받으면 얼마나 받고 주면 얼마나 주겠다고 그렇게 악착같이 싸우십니까, 옛날에는 좋은 사이였다면서요, 조금씩 양보해 소송을 끝내고 편히들 사시지요."라며 양측에 조정을 정중히 권했습니다. 재판장이 '누님'이라고 불렀더니 두 당사자의 굳은 마음이 조금씩 풀리더니만, 결국 적절한 금액에서 조정이 성립됐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재판장의 포용력과 낮아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재판장으로서 권위나 힘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선언할 수는 있지만 사람의 마음까지 승복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산과 같은 포용력과 물과 같은 겸손함으로 분쟁에 휩싸인 사람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줄 수 있었습니다. 산은 찾아오는 산 새 한 마리도 외면하지 않고 모두 받아들입니다. 바람타고 날아오는 꽃씨 하나라도 타박하지 않고 그 자리를 내어 줍니다. 마찬가지로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낮은 곳이라면 아무리 큰 바위나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더라도 불평하지 않고 옆으로 돌아서 흐르는 것이 물이 가진 진리입니다.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려면 산과 같은 포용력과 물과 같은 낮아짐과 겸손함이 있어야 합니다. 말 많고 문제 많은 어떤 ‘아줌마’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누님’의 문제요, 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와 나의 가족의 문제라고 여기고, ‘재판장’이 아닌 ‘동생’으로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누님’으로 높일 때 그 곳에 ‘감동’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런 감동이 결국 마음과 생각의 ‘변화’를 일으키는 힘찬 원동력이 된 것입니다.

 

우리의 약점들 중의 하나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품지 못하는 것입니다. 비판은 잘하지만 칭찬에는 인색하고, 남을 누르고 올라가기는 잘하지만 남이 올라갈 수 있도록 스스로 굽혀 디딤돌이 되어주기에는 인색한 것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백 년을 살아도 짧은 것이 인생인데, 함께 더불어 살며 낮아지고 섬기고 나누는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삶을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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